본문 바로가기

독서 대장정

[서평] 그리스도와 문화_ 강지혜


 

노무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접하고 또 관계(공동체)에 대한 회의감까지 몰려오면서 나는 이중고를 겪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죽게 만든 사회의 거대한 악의 힘 앞에서, 언제나처럼 어려움이 닥쳐오는 공동체와 사람과의 관계 앞에서 나는 삶에의 소망을 잃어버렸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사회 속에서, 공동체 속에서 사랑과 정의가 바로 선 ‘하나님 나라’ 때문이었는데 나는 내가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을 것 같다는 극심한 무력감에 시달렸다. 변화할 수 있다 해도 변화를 향해 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포기하고 낙심한 고난의 과정 또한 감내할 힘이 생기지 않았다. 극심한 탈진상태였다. 지겹게 반복되는 신앙의 기복과 지독히도 변하지 않는 사회를 바라보며 그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나도 하나님 곁으로 가서 편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머리로는 생각할 수 있었다. 내가 하는 생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무엇보다 이 순간에도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생각으로 반응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가’ 기대하는 만큼 변화하지 않는 나의 모습과 사회의 모습에 절망했다. ‘내’ 바람대로 되지 않는 세상, ‘내’가 너무 힘들어서 못살겠고 외쳤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의 능력 없음만을 바라보고 내가 약한 데에서 온전하여지는 주님의 능력을 기뻐하지 못했다. 논리적 귀결이 무엇인지는 분명했다. 나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 이 세상에 소망을 두고 계신 하나님의 마음에 동의하지 못했다. 이 세상을 ‘지금도’ 변화시키시는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했다. 그러나 머리와 가슴은 함께 움직이지 않는 것이기에 나는 그저 미래의 후회를 두려워하며 하루하루의 삶을 꾸역꾸역 살아내는 중이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별 일이 없다는 듯 그냥 웃음짓고 대화했다. 그러면서 이 몸에 밴 행동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마음 속에서는 죽음을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할 수 있구나. 겉으로 보여지는 건 정말 너무나 작은 부분이구나.

월요일 날 IVF 리더 모임을 하면서 이런 내 마음을 나누었다. 그 날 우리가 한 그룹성경공부 내용도 이런 나의 마음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예전 같으면 아! 하나님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여 주시는 구나, 놀랍고 감사하다~! 라고 했을 나인데, 이렇게 나의 상황에 들어맞는 말씀으로 나에게 말씀을 건네시는 주님을 앞에 두고 나는, ‘내 생각일지도 몰라, 그리고 이렇게 회복해봤자 또다시 침체기는 오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나를 버리고 하나님을 선택하는 것을 지겹다 말하고 있는 거였다. 그래도... 나는 하나님께 묻고 있었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고. 이 상황을 벗어나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런 내게 간사님께서는 ‘부활의 주님’을 만나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신 게 천국가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는 것을 말씀하셨다. '예수님. 예수님은 어떻게 살다 가셨나요. 주님께서는 어떠한 소망을 가지고 이 악하고 악한 땅을 사셨나요. 힘들지 않으셨나요....' ‘부활의 주님’을 만나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실마리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여전히 오늘도 인터넷에 들어가서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글들을 읽으면 눈물이 왈칵 쏟아지지만 그래도 나는 다시금 삶에의 소망을 회복하고 있다. 그것은 기도의 시간과 사색의 시간 교제의 시간 그리고 독서의 시간을 통해서였다. 그 중에서도 이 자리에서 얘기할 것은 서평의 주인공인 ‘그리스도와 문화’다. 내 마음을 대변하던 구절들 또 내게 말을 건네던 구절들을 적어보는 것으로 마치겠다. 읽은 시기의 영향도 있겠지만 문화와 역설적 관계에 있는 그리스도와 문화를 변혁하는 그리스도 결론적인 비과학적 후기의 내용들에서 뽑았다.


 

참 긴 내용이지만 어떤 부분을 강조하기엔 모든 부분이 다 나의 마음이었고 나의 인식이어서 다 옮겼다. 결국 답은 간단하다. ‘하나님 중심’을 지키는 것. 예수님의 본을 기억하며 그 길을 담담히 따르는 것. 그 때에 나와 사회는, 나와 공동체는 화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