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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대장정

[서평] ‘기독시민의 사회적 책임’을 읽고 _권인호








 

 윌리엄 템플 주교가 지은 ‘기독시민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책은 얇지만 기독시민으로서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지혜를 풍부하게 담고 있었다. 사실 이 책의 전반에서 다루는 내용은 그동안 대사리의 강의를 통해 배운 가치들, 나아가 사회적 리더십의 연장선에 있다. 그리스도인은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그 책임은 무엇보다 기독교 정신, 즉 ‘하나님’이 최우선이 되는 가치를 가지고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입장에서 특히 사회 구조, 복지에 초점을 두고 쓰였다고 할 수 있다.  



 앞의 논의는 그리스도인이 사회에 참여함에 앞서 전제되는 중요한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현실적인 문제가 남는다. 수많은 이익 당사자와 갈등 속에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고민하게 된다. 이 책에서 전제하는 것은 각 개인의 선택에 대한 ‘자유’이다. 갈등 상황 속에서 우리는 기독교 원칙에 입각해 주체적 선택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유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가치 중에 하나이며 신앙의 핵심 중에 하나라고 말한다. 



 앞에서 말한 ‘자유’는 기본적으로 자기통제를 전제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그리스도인의 고민에서 타자 중심의 철학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그동안 대사리의 강의에서도 이러한 타자 중심의 사고를 포용, 배려, 소통, 공감 등의 가치를 통해 배우고, 또한 성경의 지혜 속에서 이러한 가치들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같은 성경의 말씀들은 많은 지혜를 던져준다. 네 이웃을 네 몸보다 더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네 몸보다 덜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딱 네 몸을 사랑하는 것만큼 사랑하라는 것, 하나님 아래에 모두가 진정한 평등을 이루는 그리스도인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나는 오히려 뒷부분의 인간의 본성에 관한 내용과 개인적 차원의 글에서 지혜를 얻었다. 우리가 실제 삶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은 무엇이 그리스도인의 길인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갈등은 쉽게 말해서 ‘사랑’이라는 가치와 ‘정의’라는 가치의 충돌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사랑이란 정의를 통해서 가장 먼저 표현 된다’고 말한다. 또한 사랑과 정의라는 원칙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선택을 돕기보다는 그런 선택을 돕는 다른 원칙들에 우선하는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하고 있다.



 나는 그밖에 이 책에서 신앙적인 측면에 관한 많은 고리들을 얻을 수 있었다. 하나님의 사랑은 이 세계 속에서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고 그 과정이 역사이다. 따라서 역사는 하나님의 목적성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완전한 사랑은 절대 역사 속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 이것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갈등과 양면성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동시에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다. 여기까지가 책에서 언급되는 내용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목적성’의 존재에 대한 의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으며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자연 상태와 인간의 본성의 동물적인 부분이 부정적인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윌리엄 템플 저, 김형식 역, 『기독시민의 사회적 책임』, 인간과 복지,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