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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리더십을 말하다

[강의 후기] 사회적 리더십과 창의성 (4) _권인호


 4월 3일 금요일, 4호선 삼각지역 근처에 위치한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 사무실에서 대학생사회적리더십아카데미(이하 대사리)의 두 번째 모임이 열렸다. 두 번째 모임은 상상마당의 첫 번째 시간으로서, ‘창의성을 자유롭게 하라!’라는 주제로 브랜드 컨설팅 회사 앳지본의 윤선민 대표의 강의가 있었다.


 일단 대사리 12명의 학생은 간단한 식사를 하면서 서로 ‘착한 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착한일기는 대사리에서 제안한 것인데, 한주동안 남에게 한 일이나 스스로에게 한 착한 일에 대해 써보고 자유롭게 나누고자 하는 취지에서 만든 것이다. 나는 일기를 받은 첫 날, 학교에서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었던 이야기를 썼다. 그렇게 처음은 아무 생각 없이 썼지만 일주일이 지나가면서 여러 가지 의문이 떠오르곤 했다. 착한 일은 무엇일까? 이걸 착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게 착한 일을 할 시간이 있나?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착한 일’, 나아가 ‘착하다’라는 것은 아주 모호하고 주관적인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단어에는 개인적인 생각보다는 사회가 주입하는 의미가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타율적인, 규범적이고 형식적인 것에 가까운 것? 내가 착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사회 통념적으로 볼 때 착하다고 보지 않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착하다’하는 말에는 분명 어떤 사회적 의미가 들어가 있다. 또한 개인적 차원에서 보자면 ‘의도’라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겉으로 착하게 보이는 행위를 했더라도 나의 의도가 착하지 않았다면 그것을 착한 일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여하튼 이런 복잡한 생각이 일상에서 겪는 아주 단순한 일들과 뒤섞여 ‘착한 일기’가 ‘머리 아픈 일기’로 뒤바뀌었다.


 식사가 끝난 뒤에 윤선민 대표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윤선민 엣지본 대표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브랜드 컨설팅을 해오고 있으며, LVMH, SONY, 아모레퍼시픽, SK증권, 두산동아, 롯데제과 등 세계적 기업의 브랜드 컨설팅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최근에는 유망한 회사를 나와 일하는 과정에서 기독교적 선함을 추구하는 회사 엣지본을 만들었다. 비록 그를 처음 알게 됐지만 그가 Christianity Today에 기고한 글과 그의 생각을 보고 흥미가 생겨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직접 보고 싶어졌다. 그의 강의는 심플하고 질문을 많이 던지는 수업이었지만 그의 메시지는 간결하고 깔끔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창의성은 무엇인가’, ‘창의성은 어떻게 발현되나’,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 같은 것들이었다. 그는 또한 인생의 많은 경험들 속에서 택한 선택들과 이것이 하나님의 계획과 뜻 속에서 움직였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브랜드 컨설팅을 택한 것에 대한 성경적 유머 또한 흥미로웠다. 그는 ‘인류 최초의 직업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그는 최초의 인류인 아담이 처음으로 한 일은 각 동물의 이름을 지어준 일이라며 성경에 나온 네이미스트에 대해 이야기했다. 웃어넘길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사실 중요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모든 직업, 모든 일에는 하나님의 뜻과 택한 바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변호사라든지 선생님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다. 또한 이 역할들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생각해 보기도 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느낀 것은 창의성이라는 것이 일상에서부터 나타나야 하고 이것은 삶의 풍요로움, 나아가서는 개인의 성장과 목표 성취에까지 적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특히 창의성이 유용한 부분은 ‘문제 해결’, ‘상황 전환’ 같은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창의성은 윤선민 대표가 말한 것처럼 어떤 것의 본질을 파고들어가는 작업으로써 본질을 왜곡하는 것들을 제거하는 작업이기도 하고, 본질을 토대로 새로운 형태를 추구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강의가 끝난 뒤에는 토론이 이루어졌는데 토론 방식은 ‘월드카페’라는 집단지성을 이끌어내는 일종의 대화법을 통해 이루어졌다. 나는 이것을 그동안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 대사리 아카데미에서 월드카페 워크숍을 받고 실제로 적용해 봄으로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비록 매우 간단한 방법이었지만 매우 효과적인 대화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우리 집단이 가져갈 큰 질문 세 가지를 만들었고, 세 그룹이 각각의 한 질문씩 가져가 마인드맵 같이 자유로운 사고를 펼쳐놓았다. 그 다음엔 그 질문을 돌려가며 다른 조의 사람들이 그것에 새로운 생각을 추가하거나 원래 있는 사고에 덧붙여 나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마지막에는 그것을 다시 종합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런 방법은 첫 주에 권선필 교수가 진행했던 월드카페 워크숍에서 활용되었던 방법이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키워드(단어)를 자유롭게 풀어놓았고 서로 간의 대화 없이 그 키워드들을 모아놓고 가장 많이 나온 키워드를 뽑아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집단이 가야할 길과 조직이 원하는 것들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간단하면서도 매우 강력한 방법이었다. 특히 어떤 조직의 의견을 조율하고 방향을 결정할 때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미숙한 단계이긴 하지만 이번 아카데미에서 알게 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 아카데미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강의가 주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사실 아카데미라는 것은 강의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나가야 할지 토론하는 부분이 주가 되어야 하는 것이고 이것은 강의자들이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그동안 들었던 강의(특히 초중고 과정 12년과 심지어 대학 강의에서도)는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할 뿐 그 이후에 수용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지식과 생각이 창출되게 하는 데에서 소홀한 감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사리 아카데미에서는 강의보다는 그 이후에 의견을 끌어내는 과정에 비중을 둠으로써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였다고 생각된다.


 마인드맵 과정에서는 다양한 생각들이 쏟아져 나왔다. ‘창의성을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한 도구이다’ 등의 의견이 있었는데, 대체적으로 나온 생각은 창의성(다양성)은 하나님이 부여한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는 아름다움이고 이것이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외에도 아카데미의 학생 중 하나인 신상린 씨가 제기한 여러 문제들은 중요한 이슈들이었고 나의 사고 차원에서는 소화하기 어려운 문제들이었기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작년 5개월 동안 다녀 온 해외봉사활동에서도 여러 가지 사고의 도전과 성찰의 부족함을 느끼고 왔는데, 계속 이런 도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매우 감사하고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생각하지 않고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것은 죽은 사람이며 그것을 통해 나름대로의 사고 체계와 세계를 보는 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도전을 받게 되었다. 또한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내 스스로의 깊이를 만들고 내가 따라갈 수 없거나 반박할 수 없는 다른 사람의 깊이에 대해서는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시도해보는 자세를 가져야 함도 배웠다. 신상린 씨가 던졌던 질문들은 이런 것이었다. ‘창의성의 일상에서의 필요성 여부’, ‘사회적 본질과 창의성의 본질 간의 충돌’, ‘체계성과 창의성의 교집합의 성립 가능 여부’ 등등. 어떻게 보면 본질적인 질문이었다. 이를테면, ‘창의성은 왜 필요한가’, ‘창의성이 리더십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같은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제기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 중요성이 그보다 더 구체적인 문제들보다 더 큰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태국에서부터 내리지 못한 답이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계속 안고나아가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봄풀 최욱준 간사는 토론 마무리에서 역사는 하나님의 계획 속에서 진행되며 창의성에 나온 인류의 발전은 이 하나님의 나라로 가는 길이라는 스스로의 신념을 말하기도 했다. 이후 시간이 늦었기에 서로간의 대화가 더 깊게 이루어지지 못해 아쉬웠다. 여러모로 도전을 주는 이 아카데미가 나에게 의미가 큼을 느끼며 내가 이번 대사리 아카데미 10주 기간과 그 이후에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의 깊이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어 갈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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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작성 : 권인호(대사리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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