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9년차에 접어든 2009년 현재, 로날드 사이더(Ronald J. Sider)가 '이것이 진정한 기독교다(Genuine Christianity)'에서 기대했던 '다가올 21세기의 기독교' 는 아직도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21세기 초반 시작된 세계 경제 상황 악화는 수백만 그리스도인들의 도움을 기대한 절망에 빠진 창녀들의 숫자를 증가시키고 있고, 인생을 포기한 마약상들의 거래량 증가는 폭발적이며, 자기 중심적인 중산층 전문인들은 존립 그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기대했던 상황과 배경이 아니며, 그렇기에 기대했던 결과마저 도출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틈새가 보인다. 상황과 배경이 악화되었으니, 내 게임(My game)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단, 내가 확고한 전략과 분명한 목표와 확실한 의지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이 중 사이더는 '확실한 의지'를 진정성(Genuineness)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친절하게 11개로 쪼개 각각의 명제가 갖는 정의와 논리, 그리고 현실에서의 활용 방안 등을 친절히 안내해준다. 키워드로 분류했을 때, 용서, 믿음, 공동체 의식, 기도(균형), 변화(교회), 사랑, 협력, 정의 실현(정치), 배려, 관리(보호), 섬김 등으로 압축할 수 있는 이들 중 본 서평에서는 기도와 정의실현(정치)에 대해 살펴보았다.
사이더는 기도를 하나님과의 관계와 세상에서의 삶이라는 두 개의 지평에서 살아가는 방법이라 정의한다. 기도는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유지하는 수단이 아닌 사명이자 모든 일의 근원과 능력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성령 안에서의 강건함을 얻고, 성령께서 주시는 은사를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수단적 목적으로는 영적 전쟁에서의 무기로 활용할 수 있으며, 인도하심을 얻을 수 있는 매체로써의 가치를 말한다. 특히, 그는 우리의 생각을 무조건 주님께 복종시켜야함을 전제한 다음, 충분히 생각하고 전략을 짜야한다고 피력한다. 기도와 생각, 성령에의 의존과 전략 계획의 집중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닌 조화와 균형의 문제라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기도만 하고, 어떤 이들은 전략만 세우는 현실을 타파하고, 두 가지를 모두 추구하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성경적으로 더욱 균형 잡힌 모습이라고 결론진다.
윌리엄 윌버포스(William Wilberforce)의 사례를 통해, 세계사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의 중심 역할 감당 여부는 하나님의 권한임을 인정하고, 정치와 경제라는 세속적인 영역에서도 예수님이 주님이시라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주장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신앙을 내면화시키고 개인주의적으로 이해한다고 전제한 뒤, 영적인 영역과 세속적인 영역의 분리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과학 기술의 발전, 세속적 인본주의의 영향으로 기독교는 치명적으로 무력화, 내면화 되어가고 있으며, 심지어는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신앙이 개발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를 치유하기 위한 방법으로 본인의 일곱가지 정치 철학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는 작금의 현실은 확고한 성격적 관점을 갖고 정치 생활과 경제 생활에 참여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새로운 운동을 필요로 하고 있기에, 성경을 아는 정치, 경제 지도자만이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내린다.
늘 같은 문제에 부딪히게 되지만 관건은 확신이다. 사이더를 통해, '기도로써 얻은 확신을 기반으로 계획하고, 정치적, 경제적 문제를 하나님의 관점에 투과시켜 접근한다' 라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 역시 어렵지 않다. 하지만, 결국 종착점은 동일하다. 말은 쉽고 실천은 어렵다. 현실 문제에 부딪히고 깨지다보면 우선적 가치를 망각하게 되고, 망각이 반복되면 체득되거나 무감각해진다. 그렇기에 교회들은 자기 입장이 있기에 뚫린 입이라고 그렇게 살면 안된다며 핏대를 올린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성경을 갈갈이 찢어 조합해낸 후, 수많은 미사여구들로 포장한 이론을 세상에 던지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나마 같은 편에게서는 박수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다른 편은 조롱하고 비소를 날리기에 바쁘다. 이것이 이 시대 기독교의 현재 진행형이다. 필자는 그 현재 진행형의 원인을 개선하기 위해서 냉정함과 현실 파악을 주장해왔다. 시류에 휩쓸려 공명심을 발휘하기 보다는 시류를 파악해 나의 게임을 하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 그것이 하나님께 영광은 돌리지 못할 망정, 욕은 안드시게 하는 방법이라 믿어왔다. 내 주제 파악의 결과로써.
비록 그가 기대했던 21세기의 기독교의 모습을 가브리엘이 봤다면 더욱 당황했을 것이나, 이가 또 다른 기회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 기회를 붙잡기 위한 확실한 의지로써 사이더의 11가지 명제는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문제는 이것들이 의지의 범주안에 머무를 뿐인데도, 현실에서의 구현은 까마득히 먼 일이라는 것이다. 해야할 일은 한참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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