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든 싫든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이 사회 속에서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산다. 문화의 영향은 문화의 정의가 모호한 만큼이나 헷갈린다. 하지만 문화의 영향력을 조금은 부풀려서 해석한다면 모든 것은 문화의 영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와 문화’ 이 책에서 특이할만한 것 중에 하나는 책의 주제가 그리스도와 문화(Christ and Culture)라는 것이다. 기독교와 문화와의 관계도 아니고 교회와 문화의 관계도 아니었다. 이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문화’라는 것에 대한 개념 정의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리라 생각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리스도와 문화의 관계를 다섯 가지 유형으로 언급한다. 문화와 대립하는 그리스도, 문화에 속한 그리스도, 문화 위에 있는 그리스도, 문화와 역설적 관계에 있는 그리스도, 문화를 변혁하는 그리스도, 이렇게 다섯 가지로 말이다. 그는 각각의 유형에서 그에 해당되는 사상과 사상가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그는 이러한 분류가 기독교 안에 있는 다양한 창조적 도덕성을 이해하도록 도와주지만, 각 개인이나 운동은 유형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자신이 만든 이 유형이 가치의 척도가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다섯 개의 유형을 통해 그리스도와 문화의 관계를 언급하지만, 사실 그의 핵심은 사실 7장 “결론적인 비과학적 후기”에 모두 담겨있다. 이 부분은 다섯 개의 유형을 설명한 뒤, 이 책의 결론으로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반박 여지가 없는 완벽한 답을 내리는 것이 불가능함을 이야기하며, 언제나 더 포괄적인 이론을 정립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내가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등장한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우리는 한 단계 더 나아가서 결론에 도달해야할 것만 같다. 그런데 이 단계는 지식의 차원에서 밟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론적인 통찰과 관점의 영역에 속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것은 오히려 지적인 숙고에서 행동으로, 통찰에서 결단으로 움직일 때 밟을 수 있고 도달할 수 있는 그런 것이다.”
이 부분은 계속해서 내가 내린 결론 중에 하나였다. 머리로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 부분에 있어 실천을 해본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내가 가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가 설명해 낸 것이고 동시에 이 책이 가지는 의미중에 하나는, 쉽게 말하면 절대성과 상대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절대적인 관계가 문화와 사회 속에서는 상대적인 가치를 고려하는 일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언제나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지는 문제일 테고 이를 설명해내려 시도한 것이 이 책이 아닐까 한다. 그밖에 그가 결론에서 언급했던 여러 강조점들을 정리해 본다.
⇒ 신앙의 한 가지 절대적 관점 = ‘그리스도 안에 계신 하나님’의 절대적인 신실함
⇒ 그리스도인 - 내용×, 어떻게(=신앙)〇
⇒ “나”라는 존재 각각은 우리의 구원이나 심판 안에서 자기 운명을 접하게 된다. → 사회적 인간 (관계)
나는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이라 부를 수는 없고 굳이 정의하자면, 개인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기회주의자, 좋게 말하면 자유주의자 정도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내가 그리스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왔는가? 또한 그리스도와 문화의 관계는 무엇이라 생각해 왔는가? 하고 돌아보게 된다. 비록 불안정하고 언제나 그럴 듯한 사상과 이론에 휩쓸리고 마는 나이지만 비교적 일관되게 품어 온 생각은 있었다. 바로 절대적이고 근본적인 것이 있을 것이란 믿음과 이와 반대되게 상대적이고 언제나 변화하는 것이 있다는 믿음이다. 일종의 이원론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그동안 세상 속에서 적당히 나의 취향에 맞춰 살아가면서 즐겁고 행복한 것은 좋은 것이라 판단하고 힘들고 불행하게 하는 것은 싫어했다(好不好). 그러니 따지고 보면 나에게 모든 것은 감정의 문제다. 그리고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싫은 것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필연적인 고통’ 나는 이런 막연한 개념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게 나의 업이자 굴레라는 생각도 들었다.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죄의식이 나의 원죄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저자는 세상은 이성으로 살아가야함이 분명해졌지만 거기에는 이성+신앙으로 살아갈 것인지 이성으로 살아갈 것인지의 선택이 있다고 했다. 신앙, 왜 필요한가?
-리처드 니버 저, 홍병룡 역, 『그리스도와 문화』, IVP,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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