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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대장정

[서평] '다르게 사는 사람들'을 읽고 _권인호



 

• 소수자=표준화된 인간상을 거부하는 사람
• 다수자=소수자들이 지닌 다양한 특성들 가운데 어떤 하나 또는 그 특성들을 대표하는 어떤 상태나 표준에 한정되는 특성을 지닌 사람




 책의 머리글에서 나온 소수자와 다수자에 대한 정의이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와 다수자란 무엇일까. 나는 소수자인가, 아니면 다수자인가. 이 책을 읽는 내내 고민하게 되었던 물음이다. 엮은이는 ‘우리는 모두 소수자다!’라고 말하지만 나는 소수자인가?



 소수와 다수라는 개념은 어쩌면 인간이 모여서 이루는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개념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본질적인 개념이기에 그 개념에는 수많은 의미와 정의가 덧붙어져 이렇게 복잡하기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이 개념은 아주 미묘하다. 인간은 소수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동시에 소수가 되고자 한다.



 소수라는 것은 이 시대에서는 지극히 가치부여적인 개념이다. 특히 사회 구조 속에서 드러나는 계급이나 계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사회 구조를 드러내고 평등을 이루기 위해 소수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다. 이 책에서 나오는 소수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트렌스젠더, 넝마주이, 레즈비언,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소외 어린이, 비전향 장기수, 사이버 코뮤니스트 등등. 사실 사회가 이들을 차별하는 인식이나 구조가 전혀 없다면 이들은 소수자라 불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평등을 이루기 위해 자신들의 삶을 드러낸다. 때로는 특이하게, 때로는 평범하게. 근데 생각해보자. 모든 사람들에게는 이런 특이함과 평범함이 다 있다. 그 굴곡의 정도가 다를 뿐이다. 결국 그 소수자들에게도 특이함과 평범함이 다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다 같은 인간이라는 인식으로 전환된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란 저서로 잘 알려진 신영복 선생은 ‘관계의 최고형태’라는 글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시대와 사회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각자의 처한 위치가 아무리 다르다 하더라도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더 많은 법입니다.”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대상과 자신의 관계를 발견하고 ‘입장의 동일함’을 갖는 것이 관계의 최고 형태라고 말한다. 여기서 지난 모임에서 생각했던 ‘소통’이 떠오른다. 우리는 태초에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었지만 바벨탑 사건 이후로 본질적인 소통의 장벽이 생겨 버렸다. 마치 지금 이 사회에서 소수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바벨탑 사건이 인간의 본질적인 소통 불능을 상징하는 것처럼 소수자와 다수자를 나누고 편 가르기를 하는 것 또한 인간의 본질적인 성향이다. 우리는 ‘차이점’ 보다는 ‘공통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같이’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나가야 한다. 외국인과 함께 살 수 있는 방법, 성적 소수자들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찾는 것 등등 말이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엮은이는 이야기한다.



 “‘바로 지금 여기서’ 나를 풍부하게 만들고자 한다면 소수자적 특성들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고 그것들을 통해 새로운 미시 코뮌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다양성은 하나님이 창조한 이 세계의 본질적인 속성이며 우리는 그 본질적인 속성에 맞게 풍부해져야 한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는 단순히 공통점만을 찾아가는 데서는 다양성을 이룰 수 없다.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코뮌(공동체) 들이 모여 서로 상호작용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윤수종, 『다르게 사는 사람들 -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 이야기』, 이학사,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