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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리더십을 말하다

[강의후기]장애 인권과 신앙인의 자세 - 김수정


 

4/17 [공감마당1]

장애 인권과 신앙인의 자세

-배융호(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사무총장)-


 

 'handicapped personperson with disability'


타자 아닌 또 다른 나

  강의를 들으며 그리고 듣고 난후 나에게 가장 핵심적으로 다가온 메시지는 장애 ‘인권’이었다. 장애인의 정의, 그들에 대한 편견, 그리고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서 쭉 살펴보면서 내 마음에 걸려들었던 문제들은 결국, 장애인을 나와 동일한 사회인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기초를 두고 있었다.

  내 머릿속에 있는 장애인이란 그저 참 다양한 유형의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그들에게 접근한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태도와 동정을 수반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라고 여겨졌었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대사리 아카데미의 첫 번째 목적: 사회적 소수자들을 나와 동일한 존재로 인식하기, 그것을 목사님도 말씀하고 계셨고 특별히 장애라는 개성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면서 그것이 지금 배우고 있는 더없이 중요한 가치란 걸 분명히 하게 되었다.


장애인을 장애인의 틀에서 해방하라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샴푸인지 린스인지 구분하기 힘든 용기. 때론 나에게도 불편했던 것들이지만 난 단 한 번도 장애인을 장애인 되게 했던 사회시설이나 물품의 장애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었다. 누가 장애인을 구분 지었고 장애라는 울타리 속에 가뒀을까?

  장애인에 대해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편견에 대해 하나하나 들으면서 그런 울타리가 곳곳에 심겨져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장애인의 문제는 다 먹고사는 문제니까 그런 것들만 해결해주고 공급해주면 되겠지 라는 식의 일방적이고 편안한 생각, 장애를 신체적 정신적인 개인문제로 한정짓는 것, 장애는 무능력자이거나 초인이려니 생각하는 선입관 등등. 이런 것들은, 그들을 사회 속에서 사회와 소통하는 존재이자 다양한 모습을 지닌 지극히 인간적인 존재로 인정하는 태도보다는 ‘장애인은 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인이다’라는 식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장애인의 문제 원인을 장애인들에게서만 찾아내려고 하는 시도를 하게 하는 것 같다. 사회의 장애가 만들어낸 장애인, 장애인을 장애인 되게 한 편견, 이런 것들을 생각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장애인과의 관계는 물론 그들을 돕는 방식, 그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든 자리에서 장애인을 또다시 장애인 되게 하는 누를 끼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도움

  하지만 목사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우리의 시각은 변화하고 세상의 패러다임은 점점 진보하고 있다; 복지에서 자립으로, 개인에서 사회로.

  진정한 도움은 상호성을 가져야 하는 것 같다. 장애인의 문제를 만들어 내는 근본적인 원인을 나와 사회에서도 찾아보고, 그렇기에 해결책도 사회적으로 구상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그동안 미약했기에 보다 온전한 상호성을 위해서 발전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도움이야말로 장애인을 진정으로 나와 같은 사회인으로 인정하는 자세인 것 같다.

  또한 도움이란 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줄 수 있을 만큼의 애틋하고 불쌍한 마음을 축적해야만 실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건 어쩌면 내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생각의 틀 안에서 나의 방식으로 끌어낸 일방적인 연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의 전환 없이는, 도움은 끊임없이 일방적이고 시혜적인 '도움'그 자체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 고쳐져야 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먹고 사는 문제로서의 복지나 장애인 개인의 재활 문제에서 눈을 돌린다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장애인들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들이 어떻게 느끼는가를 충분히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그들을 바라보는 내 눈의 틀을 벗고 함께 소통하며 진정한 도움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것 말이다.


‘우리’가 ‘같이’ 가는 나라

  그러고 보면 세상에는 장애인과 같은 소수자들에게 의도적이든 아니든 무례하고 무관심하게 다가오는 벽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높은 문턱과 빌딩, 복잡하고 어려운 사회구조들. 이것은 사회의 발전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모든 물질적 지적 문화적 산물들이 소수자 하나하나의 형편들을 돌아보기엔 너무나 바쁘게 앞으로 달려가는 것 같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하루만 살아본다면 얼마나 새삼스럽게 부딪히게 되는 사소한 어려움들이 많을까. 평소에 하나씩 발견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일 것 같다.

  하지만 그게 반드시 나쁜 것이라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그것들은 우리에게 생각의 전환점들을 마련해주는 장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회의 그런 높음과 복잡함과 어려움들이 하나씩 호소되고 허물어져 가는 가운데 우리도 모르게 우리 안에 있었던 소수자에 대한 무심함과 무례함들이 함께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 나라가 더 빨리 가까워 졌으면 좋겠고, 나도 나의 영역에서 소수자들을 세심하게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장애인들이 자신의 의지와 능력으로 살기에 자유롭고, 자기 자신들 조차 스스로를 차별 짓지 않고 마음껏 행복함을 누리고, 자신의 특별한 개성에 어울리는 예쁜 휠체어를 타고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