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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리더십을 말하다

[관련정보] 소통의 달인

중앙일보의 오늘자 시설칼럼입니다. 아침 조간에서 발견했네요. 1주차 강의의 Other reading 이었던 유섭 카시의 작품집과 3주차 강의의 주제였던 소통이 절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칼럼을 읽어보시면 발견하시겠지만, '마음의 문을 여는 첫걸음은 공감이다. 그는 기꺼이 상대의 희로애락에 동참했다. 먼저 질문하고 오래 귀 기울였다.' 라는 부분은 저에게 있어 가장 노력을 요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방은 어둡다. 돌벽, 돌바닥. 저 높이 작은 창으로 가난한 햇살 한 줌 스며든다. 노(老)연주자가 활을 잡는다. 이윽고 첫 소절.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이다. 유섭 카시(1908~2002)는 몸이 굳는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는 사진에 바흐를, 문득 자성(磁性)을 띤 공기와 여린 햇살을 담기로 한다. 무엇보다 조국 스페인의 파시스트들에게 내쫓긴, 그러나 마음만큼은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노예술가의 고통과 존엄을 담고자 한다. 노인의 등에 초점을 맞춘다. 셔터를 누른다. 그렇게 탄생한 흑백사진 한 장. ‘첼로의 성자’ 파블로 카잘스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한 것은 없다. 수만의 텍스트를 단숨에 제압하는 한 컷. 카시가 역사상 최고의 인물사진가로 대접받는 이유다.


그의 주요 작품을 다음 달 8일까지 서울 양재동 예술의전당에서 볼 수 있다. 19일 찾은 전시장은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사람들은 작품 자체보다 거기 담긴 역사적 인물들의 생생한 숨결에 매혹된 듯했다. 처칠·헤밍웨이·피카소·슈바이처·오드리 헵번…. 면면도 대단하지만 더 놀라운 건 전시된 사진 대부분이 그 모델의 대표 이미지가 된 점이다. 인물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은 덕분이리라. 이는 집요한 노력의 결과였다.


카시는 평생 ‘사람’을 공부했다. 모델의 책을 읽고 음악을 들었다. 그림을 보고 조각을 어루만졌다. 촬영지는 대부분 모델이 실제 생활하는 곳이었다. 프랑스 남부의 수도원(카잘스)이건, 쿠바 아바나의 해변(헤밍웨이)이건, 포탄이 쏟아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런던(엘리자베스 여왕)이건 가리지 않았다. 촬영 전엔 오래 대화를 나눴다. 눈빛과 자세, 몸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때론 입보다 손이 더 많은 말을 한다는 걸 그는 알았다. 맘 가득 상대에 대한 애정이 피어오르면 비로소 카메라를 잡았다. 인물들은 평소 입는 옷 그대로 렌즈 앞에 섰다. 그 눈동자에 이미 경계심은 없었다.

그러고 보면 카시는 소통의 달인이었다. 상대를 더 많이, 더 깊이 알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80세가 넘은 다음에도 미국 ‘뉴요커’지에 “촬영비만 지불하면 세계 어디든 당신을 만나러 가겠다”는 광고를 매주 냈다. 마음의 문을 여는 첫걸음은 공감이다. 그는 기꺼이 상대의 희로애락에 동참했다. 먼저 질문하고 오래 귀 기울였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카시전 관람을 추천한다. 국민과의 소통을 되잇는 데 혹 자극이 될까 해서다. 일방적 라디오 연설 같은 게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건 대통령도 이제쯤엔 알고 있지 않을까.

이나리 경제부문 차장 / 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3576631.html?ctg=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