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대장정
[서평] I know that, but I can't do like that. / 회심_ 신상린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25. 00:53
개인적으로 월리스를 처음 접했던 건, 또 다른 그의 인기작(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인 하나님의 정치(God's Politics)를 통해서였다. 당시의 책을 덮고 나서의 잊을 수 없는 팩트는, 하나님과 교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심지어 언론까지 아버지의 계획하심과 그 능력이 미치는 범주와 범위를 기독교인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이익이 투영된 잣대로 규정하고 평가하고 있다는 것. 종교적 우파의 등장과 미국 정계의 지배, 그로 발생하는 오만함과 부조리, 부패, 그리고 그에 반대하는 신앙인들과의 갈등 등 하나님의 정치가 발휘되고 있는 상황에서의 오류와 모순을 책을 통해 재정립할 수 있었다.
이에 그의 다음작을 선택했을 때에는 상당한 기대치가 부여되었을테지만, 막상 결과를 보면 그런 류의 기대치들은 대부분 기대 이하이기 마련. 이번 경우도 비슷했다. 사실 책을 덮었을 때의 느낌으로 말하자면 어떤 특별한 새로움은 없었다는 아쉬움이 컸다. 소제목을 통해 밝힌 기독교인들의 회심의 기준 - Why faith is always personal, but never private - 이나, 2장 '배반' 에서 제시된 복음 전도의 방법론, 특히 교회의 전체 생활 방식이 회심되어야 하고, 그 토대가 변해야 한다는 내용 정도 이외에는 '그래! 이거야!' 라고 무릎을 '탁' 칠만한 내용을 찾기는 힘들었다. 요 근래 복음주의 관련 서적이나 교회 개혁, 혁신과 관련된 내용들을 집중적으로 찾아보고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알 수 없는 내용은 없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딱히 찾아보기 힘들다. 항상 고민하지만, 문제는 실행이다. 2장 배반에서 언급된 일화는 이 문제를 재언급한다. 뉴욕에서 개최된 한 회의에서 한 미국 원주민이 일어나 청중의 대부분인 백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신약 성경이 말하는 것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은 대부분 성령을 체험한 일 없는 물질주의자들이다. ...(중략) .. 만일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면 더 이상 돈을 축적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가진 모든 것을 나눌 것이고, 실제로 서로 사랑할 것이다 .. (중략) .. 왜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가? 왜 우리는 그렇게 살지 않는가?"
핵심이다. 정곡을 찔렸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이 성경이다. 누구나 성경을 볼 수 있고, 또 본다. 주기도문, 사도신경, 십계명 .. 누구나 손쉽게 기독교인의 윤리와 규범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인지한 이들은 기독교인들의 현재 삶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그 차이가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즉, 그리스도인이라고 부르짖으면서, 절대 그렇게 살지 못하는 바로 나와 당신과 우리가 복음의 본질, 그 자체를 훼손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회심이 필요하다. 돌아가야 한다. 이 세상에 보내신 목적과 이유를 찾아야 하고, 그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한다. 그것이 기독교인이 찾아야 하는 우선 가치인 것이다. 그 우선 가치를 모른다면, 혹은 알아도 외면하고 있다면 나, 당신, 그리고 우리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지칭하지 말아야 한다. 성경을 갈갈이 쪼개 자신의 처지와 상황에 끼워 맞춰 합리화 시키고, 자신의 삶을 정당화하는 죄를 짓지는 말자. 회심의 정독을 통해 내가 도달한 종착점은 바로 여기다.